나이 30은 스스로 정의한 한계를 짚어가는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야근해도 다음날 출근할 힘을 낼 수 있었다.
늦게까지 회식해도 다음날 일찍 출근해도 견딜 수 있었다.

그 시절 많은 시간들이 있었다.
일을 다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던 시간,
새벽에 회사를 가야했던 시간,
주말이면 자기계발을 위한 자격증을 공부하던 시간,
스트레스에 점점 예민해졌던 모습이 생각난다.

하지만 기억에 대해 떠오르는 감정이 없다.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
내 젊음을 오롯이 열정적으로 소비한 것 같아 시간이 아깝다.

감정에 풍부한 경험을 더해서 많은 기억을 하고 있었으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그 때의 열정을 못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 많이 들었던 얘기 중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하지만 적당한 연애가 나은 것 같다.

연애를 많이하면 마음을 다듬는 시간이 될 수 있지만
더 많은 욕심을 낳기도 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야지.
상처받지 않을 사람을 만났으면.

연애를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했던 시간동안 나는 소외되었던 것 같아 아쉽다.

나를 소비하기보다는 그 때의 외로움과 고독을 즐기며
나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가지는 것은 어땠을까.


나이 40은 내 나이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이 정도는 거뜬하게 했었는데 지금은 힘이 왜 모지랄까 생각한다.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남아있는 기력으로 알아채지만 나이를 부정하다 결국 이해하려고 하는 시간이었다.

거울 속 얼굴의 피부는 아직 예전과 그대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0년전 또래와 비교하면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팔자주름도 예전과 같아 보이지만
그 깊이를 더해졌고 굵은 선이 도드라지게 보인다.

나이 40은 아쉬움으로 나를 달래며 적당한 타협과 책임감으로 살아왔던 시간이었다.
때로는 포기하기도 하고 지쳐 잠들기도 했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어렴풋이 알 것 같고
내가 하기싫은 것과 귀찮아하는 것을 알았다.

나의 한계를 그려볼 수 있었고 
남아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인생은 이렇게 흘러간다.
아쉬움이 남고 어떻게 사는 인생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중심이 되고 현재 가슴뛰는 삶은 살아야한다는 것은 알겠다.
오롯이 그 감정을 기억하고 싶다.
















아침에 눈도 뜨기전에 비몽사몽으로 생각했다.
오늘 비가 안오면 책을 반납해야지.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계획적으로 일어났다. 
출근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듯 스스로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다.

책을 반납해야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
밖에 비는 올까. 시간은 충분한가. 과정은 어떻게 하는게 최적일까.

다행히 비가 잠시 그쳤다.
서둘러 짐을 챙겨 어서 나간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뛰어야한다.
아이, 세상 급하다는 듯이 사람들을 지나쳐가며 뛴다.

사실, 아침에 뛰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다.
회사라는 불구덩이에 달려가는 것 같아서..
마음에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은데 달려가다니..

더군다나 깔끔하게 차려입고 말끔하게 나왔는데
머리카락를 휘날리며 땀으로 옷을 적실 생각은 더욱 없다.

하지만 뛰다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나는 살아있다.
빠르게 스쳐가는 주위를 보면서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다닌다.

숨어있던 활력이 나타난다. 
힘들어 마주하고 싶지않은 회사지만
뛰면서 그런 생각은 옅어지고 달려나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심장은 뛰고 가빠지는 숨만큼 나는 솟아오르는 생명력으로 충만해진다.

지하철에 내려서 또 뛴다.
앞에서 구두를 신은 다른 사람이 뛰어가고 있다.

저 사람은 어떤 일 때문에 뛰고 있을까.
같이 뛰는 동료가 생긴 것처럼 신이 난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이내 헤어져 아쉬웠지만 기억에 남는다.

마주 걸어오는 사람을 피하고 차를 피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뛴다.

마스크 안 코 사이로 땀이 맺혀있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잠시 내려서 땀을 말리면서 걸어간다.

뛴거리만큼이나 힘이 들지만 이제 시간은 맞췄다.
힘껏 뛰어와서 힘든데 여유는 생겼다.


머리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일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고
나의 활력은 이성에 밀려 그만큼 감춰져 있었다.

일을 함으로써 회사를 위해서 노동을 제공하고 그만큼 대가를 받지만
그 의미 이상으로 커져 나를 삼키고 있었다.

나의 활력은 내 심장을 뛰게 함으로써 나왔다.
나의 가슴은 튀어나올 만큼 나아가려는 즐거움으로 가득찰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인데 감추고 있었다.
평소에는 뛰는게 싫었는데 뛰면 내가 나타났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하늘을 바라보니

어둠이 내렸지만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게 깔려있다.

싱그러운 밤이다.

사실을 알게되어 고민이 된다. 나로써 살아가는 방법이 맞지 않기에 나를 감추고 회사를 다니는 나로 살고있다.
회사밖에서 무엇을 할지모르는 두려움과 현재를 살아가는 책임감으로 내일도 출근을 해야겠지.


밤은 깊어가는데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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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어제는 온도까지 높아서 옷깃 안까지 습기를 머금어 끈적끈적하고 불쾌감이 높았다.
계속 내리는 비도 지긋지긋하고 매일 젖는 신발에
곱게 다려입은 바지까지 젖는 모습에 진저리가 났다.

바람은 어떻게나 부는지 우산을 써도 힘겹기만 하고
매일 들고 다니는 우산은 어찌나 무겁던지.

출근길에 무거운 어깨만큼 우산은 들기가 싫다.

비야 지금은 좀..별로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왔지만 온도는 낮은지 시원하고 상쾌했다.
어김없이 우산은 무겁고
신발은 눅눅하게 젖어들고 바지는 불어온 바람에 허리춤까지 젖어오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시원하다.


일기예보에는 다음주까지 계속 비가 올거라고 한다.

어릴적 기억으로 보면 이렇게 긴 장마 기간 동안에는
하늘 나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던데 무슨 일일까 궁금하다.

무슨일이 생겨 한없는 슬픔이 비가 되어내릴 수도 있고
관리자가 휴가 간 사이 심술이 난 담당자가 내리는 벌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단체 목욕기간일 수도..



그래도 오늘은 비가 잠시 그쳤다.
하늘이 대단한 거 같다.

그렇게 많은 물을 가지고 있다가 땅으로 내려보내고
얼마나 많은 물을 다시 머금고 또 땅으로 내려보내는지.

하천에 물이 범람하고 일부 지역은 잠기고 물이 주는 무서움에 섬뜩하다.







잠시 그친 비를 보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낮은데 그 사이로 파란 하늘도 보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바람은 세게 불어 머리는 헝클어지는데
기분이 꽤 이상하다.

언제 그랬냐는듯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그래도 공기는 상쾌하다.


흔들흔들 여전히 바람이 세게 몰아친다.
큰나무도 주체없이 흔들리는데 그 모습이 자연스럽다.

꼿꼿이 서서 뿌리를 아래로 단단히 박고 있는데 가지는 쉴세없이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쌓여있던 감정을 옅게 만드는 것처럼 다가온다.

문득,
우리도 흔들려도 자연스러운 거다라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세게 불어오듯 힘겨운 상황에서는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안절부절 주체가 안되는 모습에 실망했지만 
사실은 그게 자연스러운 거였다.

바람이 불면 나도 흔들흔들, 너도 흔들흔들
다 같이 흔들흔들 되면 다 같이 춤추는 모습이 되는 거다.
다 같이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는 거다.

너무 안 흔들리려고 매달리지 말고 실망하지도 말고
바람을 타고 잠시 흔들려보는 여유를 가지는 거다.

흔들흔들.
그게 자연스럽고 마음을 위로하는 길이다.


초기에는 별거아닐거야 곧 나아질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쉽게 잡히지 않고 퍼져나가는 코로나를 보면서 점점 더 불안해졌다.


다음 달에는 괜찮아지겠지 생각했고 어느 덧 2020년의 중반을 넘어섰다.

조마조마한 날이 여러 날이었다. 



참 힘든 날이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 지나가면서 어린 아이를 마주 보았다.


엄마 손을 잡으려고 머리에 붙을만큼 한 팔을 높이들고 있었다.

저 조그마한 얼굴에 귀를 당기는 끈을 하고, 눈 밑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는 마스크를 보았다.

눈 밑에 하얀 마스크가 얼굴 크기만 하다. 앞은 잘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얼마나 답답할까 안쓰러웠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도 이내 한마디씩 한다.

"저 어린 데 마스크까지 하고 아휴."


나는 한 여름 마스크가 참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코 주변에 땀에 차고 마스크의 잔털이 코를 간지럽히기까지 했다.

길을 걷다보면 숨이 턱 막힐 때도 있다.

간식 하나 사먹는 것도 아까워했는데 자주 사야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성이 났었다.


하지만 이내 미안해졌다.

어쩌면 그보다 나이 많은 우리들이 조금더 조심했어야 하는건데

잠깐의 안일한 태도와 불편에 대한 행동으로 약자를 더 힘들게 했다.



아이도 힘들겠지만 엄마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엄마가 하는 마스크도 힘들텐데, 아이에게 씌워줘야하는 마음에

혹여나 어디 쪼이거나 답답하지는 않을까 침은 많이 흘리지 않을까하고 신경쓰이지 않을까.


한참 쿵쿵거리며 뛰어놀텐데 바깥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시간이 괜시리 미안하지는 않을까.


더군다나 길어지는 장마에 그나마 유모차에 태우고 잠깐의 산책도 맘편히 못하지 않을까.

아이 키우기 참 힘들겠다. 여러 생각이 꼬리처럼 떠오른다.



질병관리본부 사람들, 방역수행 의료진들, 이하 관계자들 그리고 이웃께 잠시나마 불편해했던 마음에 미안하다.


어려울 때는 너도나도 다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고

어서 지나갔으면 한다.


어릴적 그리던 2020년은 아니지만 감사하고 미안함으로 기억하겠다.

내가 빛나는 순간
국내도서
저자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출판 : (주)자음과모음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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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왠지 신경이 쓰인다.
무언가를 해야하는 중요한 시간인 것 같은데
무엇을 할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다.

사람 많은 곳에서 혼자 무엇을 하고 있다면 내 행동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주위에서 나를 보고있지는 않은지 신경이 쓰인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아직 어색하다.

책에서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으로 나를 평가해볼 수 있다.
안절부절 무언가를 찾는 나는 혼자 있는 연습을 해야한다.

소개팅에 나와 있는 상대방이 어색하듯,
나와 둘(?)이 있는 시간이 어색하다.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자.

오늘은 어땟니? 기분은 어때?
요즘 관심있는 분야는?
좋아하는 음식은?

질문도 하고 답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친해져보자.
혼자 있는 시간이 스스로 충만함을 만든다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2.
요즘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포기할 대상이 참 많다.
인생 포기, 도시생활 포기, 공부 포기, 직장 포기, 운동 포기, 연애 포기 등등
많은 포기들에 손이 간다.

책에서는 말한다.
내가 왜 오랫동안 그것에 매달렸는지.

맞다. 
나는 목표가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그렸던 이상이 있었고 마음에는 희망이 있었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새 포기와 타협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힘든 것이 맞다. 
그리고 포기해도 된다.
하지만 내가 왜 버티고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그래도 더 버텨볼만하지 않나.

또 포기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더 버텨보고 또 버텨보고 그래도 버텨보면
내가 매달린 이유에 대해 큰 소리로 외쳐볼 수 있지 않을까.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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