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 아기를 바라보면 아쉽고 황홀하다.

깨어있는 시간동안 충분히 좋은 기억을 함께했는지 생각해보면 아쉽고
하루를 보내고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은 생명에 감사하고
가족으로 묶인 울타리 안에서 생명체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황홀하다.


깨어있는 시간 중 육아에 화가날 때가 있다.

아가니까 투정도 부릴 수 있고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해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범위내에서 들어주고 잘 보살피는 것이 적절한 것은 물론이다.

한참 배가 고플 것 같은 시간에 좋아할 것 같은 음식을 앞에 두었다.

적절한 재료로 조리가 되었는지
뜨겁지는 않은지
탈이 나지 않은지 검증한 음식을 마련해서 정성스럽게 한 술 떠서 가져간다.

잘 먹을거라는 기대로 가져갔는데 다른 것을 가리킨다.
파스텔 빛으로 덮인 신선한 회지만 먹지도 못하는 것을 달라고 떼를 쓴다.

“저거는 엄마꺼야. 아가가 먹으면 아야해.”

먹으면 안되는 것을 멀찍이 옮겨놓고 다시 한 술을 가져가지만 싫단다.

“아가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여기있어.
아가가 직접 포크로 먹어볼래?”

한 손에 포크를 쥐어주면 만족스럽게 받아든다.
그리고는 일어서서 반대편 테이블을 보고 의자에 기어올라 가려고 한다.

“여기 올라가면 아야해.
포크까지 가지고 있어서 위험해.
앉아서 먹어야지.”

잘 타일러 보지만 막무가내다.
지금 배가 고플시간인데 먹지 않으면 배고플텐데
음식이 나왔을 때 먹지 않으면 또 준비할 수 없는데.

이런 생각이 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기분이 상한다.
부모로서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이제부터는 쫓아다니면서 먹일 수 밖에 없다.

상대는 생각이 없는 것을 하려면 여러모로 에너지 소모가 크다.
밥 한번 먹이는데 하루의 에너지를 모두 썼다.

그리고나면 한참 씨름 후에 쉬어야하는데 쉴 틈이 없다.
먹은 것을 정리하면 놀아야한다.

정작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은 못하고
끌려다니면서 에너지를 다쓴터라 허탈함에 마음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
나를 계속 비우는데 나를 채우는 시간이 없다.

하루의 한끼 식사 시간은 그렇게 거창하게 지나간다.
오늘 꼭 해야했던 분량의 일은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고 
시간은 얼마남지 않아 안절부절이라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육아는 어렵다. 이렇게  아가가 잠드는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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