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우울하다고 하면 흔히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라고 한다.

그런데 우울하면 긍정적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힘이 없어진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무엇을 하는게 일반적으로 맞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데 

그 일이 맞는지 모르겠고 그냥 쉬고 싶어진다.

그러다보면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들이 점점 나를 짖누른다.

 

어디 말해서 터트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인 집단생활에서 문제를 만드는 것은 더 고립된 상태로 몰아갈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때로 술이나 담배를 찾아보지만 해결방법아니라 일시적 완화제 같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살아가는 걸까.

우울감에 주체를 못하고 있을 때 꾸역꾸역 힘을 짜내 그 감정을 막아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야하는 이유에 대해 답을 내리기 어렵다.

반복되는 직장생활과 그 속에 해결할 수 없는 고통, 점점 쌓여가는 갈등 속에 사라져가는 

체력은 점점 나를 약하게 만든다.

 

평생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일까.

정년퇴임하는 사람들을 보면 극적인 반전은 없었고 오롯이 참고 견디는 삶으로 이룬 성취같다.

그것을 할 수 있을까 아니 하는게 맞을까라고 묻는데

아닌 것고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그런 생각이 점점 죄어올 때 밖으로 나갔다.

길 한쪽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본다.

이것저것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고민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로 건너편 가로수들.

오늘 유난히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사이로 통과하는 햇빛이 찬란하다.

갑자기 어둠을 뚫고 빛이 들어온다.

공기는 상쾌하고 세상이 참 밝아보인다.

이런 찬란한 세상이 내 안에도 있을까.

 

 

 

해가 떠 있는 시간은 하루 중에 반은 되는 것 같고

한여름에 절정이고 겨울은 반도 안된다.

아주 높게 세상을 가득 비추는 한낮은 하루 중 잠깐이다.

그 잠깐을 지나 다시 어두워진다.

그리고 내일 찬란함을 위해 또 돈다.

 

인생은 굴곡이고 실패와 성공이 반복된다고 한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그 좌절에서 나를 찾으려고 이를 악물었고 

꾸역꾸역 버티고 올라 지금을 만들었다.

운이 좋았다.

그 속에 찬란한 순간들이 떠올라 행복했다.

 

그런데 그 찬란함을 지나 다시 굴곡의 인생을 산다.

또 굴곡이 시작이라면 할 수 없을 것 같다.

 

삶을 사는 이유가 굴곡의 인생에서 찬란함을 맛보기 위함이라면

그것을 왜 반복해야 할까.

어느 순간 힘이 없어지면 낙오되는 것인가.

더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반복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좌절감에 손을 놓고 싶다.

한 순간의 찬란함이 보상이 되지만 그것을 반복하는 삶이 숙명인가.

 

 

 

왜 인생을 살아가야하는가.

유구한 역사에서 현명한 많은 사람들도 답을 내지 못했다.

어느 책에서인가 말했다.

삶에서 그 답을 아는 진짜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죽음을 실현해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앞으로 살아야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힘듦을 뒤로하고 잠을 잔다.

내일은 '시작'과 같은 의미처럼 새로운 다음날이 밝아온다.

 

다시 무언가를 새로 해보는 날이 다가온다는 의미로 조금 위로를 해볼까.

 

 

 

 

 

 

 

 

 

 

 

 

 

 

 

치킨 한마리를 주문해서 둘이 먹는다.

1인 1닭은 아직 무리지만 반마리 정도는 혼자서 충분하다.

 

배달 치킨을 받자마자 따뜻하게 올라오는 냄새에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신이 혼미해진다.

포장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먹고 싶은 곳은 단연 닭다리다.

 

닭다리가 두 개라 하나씩 접시에 나누고 먹기를 시작한다.

닭다리를 3분의 2쯤 먹어가면 닭다리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

 

그 다음으로 날개는 어디있을까 찾아본다.

냠냠 ~ 맛있다.

 

만약 닭다리가 충분하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큰 마음 먹고 도전적으로 '닭다리만치킨' 을 시켜본다.

 

기대만큼 맛있을까. 

닭다리만 있으면 그냥 치킨을 먹을 때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맛있는 부위만 계속 먹으면 아쉬운 고민도 안하지 않을까.

하나 먹고 또 먹고 다시 먹어도 행복이 유지될까.

 

 

어느 새 치킨이 도착했다.

포장을 개봉하는 순간 닭다리만 있는 상자안이 어색하지만 내심 만족스럽다.

 

처음 닭다리를 먹자마자, 으음~ 즐겁다.

 

다음 닭다리, 다시 다음 닭다리. 고민하지 않아도 계속 닭다리다.

 

그런데 

같은 맛을 계속 먹다보니 이상하게 점점 물려간다.

기대했던 생각과는 다르다.

 

어느 새 이성적으로 닭다리를 먹기 시작했다.

닭다리 살은 부드럽고 식감이 참 좋다.

맛있는 닭다리가 풍부하다.

 

그렇게 다 사라질 쯤 배는 부르지만 아쉬움이 커져간다.

 

 

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기분만 남는다.

 

닭다리만 먹으니까 오히려 행복하지 않다.

한가지 맛만 먹었다는 느낌과 물려서 더부룩한 느낌이 별로다.

 

차라리,

평범하게 닭한마리 먹으면서 많은 닭다리를 꿈꾸는게 행복했다.

 

 

 

 

 

 

윤상현/이도훈, 김하늘이 나오고
코믹하면서도 공감되는 내용으로 감정을 만져주는 따뜻한 드라마.

우리 일상을 비춰보면,
아이들이 커가는 초중년 부부는 싸움이 잦아진다.
부족한 생활비에 민감해지기도 하고, 
아이와 배우자를 위해 헌신하다보면 대화가 부족해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 바라는 것이 많지만 그 만큼 따뜻한 손길을 기대한다.

아이는 점점 자라고 바깥일을 잘 꾸려나가는 것만해도 쉽지만은 않다.
아이는 학생이 되어 아기 때보다 몸은 덜 힘들어졌지만 고민까지 나누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해야할 일이 많기도 하고 바깥일, 집안일에 힘이 몽땅 빠진다.
다 닳은 에너지가 채워지기 전에 이내 다음날이 온다.

나의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개선될 수 있을까.

저마다 고민에 답은 스스로 찾아야한다.

 


점점 지쳐가는 오늘에 드라마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진다.
위로도 받고 앞으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내 마음도 내어본다.


드라마 제목은 18 어게인. 
열여덟 다시. 아이러니 했던 제목은 은근 코믹하게 느껴진다.

고백부부가 젋은 나의 과거로 돌아가서 감동을 주었다면
18 어게인은 지금 학생으로 돌아가서
하고 싶은 것 다해보려는 내가 있다.

"하고 싶은 것."
항상 장롱에 안에 보관하듯 마음 속에 숨겨두는 것인데 

오늘따라 다시 풀어보고 싶을만큼 아련하다.

 

1화를 보았는데 재미있다.



어릴 적 어머니는 집에 오시면 빵을 한 두개씩 가져오셨다.
그 때는 빵이 어디서 났는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회사에서 작업자로 일하면 간식을 주는 시간이 있다. 
점심 되기전에 배고플 때쯤과 점심 후 배가 꺼질 때 쯤이다.
몸을 쓰는 일이다보니 중간에 휴식시간도 갖고 빵을 먹으면서 힘을 내본다.
어머니는 그 빵을 안드시고 챙겨놨다가 가져오시는 것이었다.

빵은 참 맛있었다.
어른 취향에 맞는 단팥빵, 완두팥빵, 슈크림빵, 카스테라가 주로 나왔고
가끔 다른 종류의 새로운 빵이 나왔다.
갖가지 빵들을 먹으면서 나만의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냈다.
단팥빵은 위에 노릇한 겉은 조금씩 떼어먹으면 맛있었고
완두팥빵은 앙꼬 없는 부분을 먼저 다 먹고 마지막에 앙꼬 부분을 먹는다.
슈크림빵은 슈크림 부분을 먼저 먹는다.
카스테라는 바닥에 붙은 살짝 더 구운듯한 부분이 별미였다.

일 끝나고 돌아오시는 어미니의 빵이 기대되었다.
오늘은 어떤 빵이 올지. 어머니가 오시는 것도 좋고 빵이 있어서 더 좋았다.


일을 그만두신 후에는 어머니는 시장에 가시면 종종 빵집에 들러 소시지 빵을 사 오셨다.
빵 위에 소시지를 중심으로 케찹과 마요네즈가 적절히 뿌려진 빵인데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면 일품이다.
반찬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았던 소시지를 빵과 같이 먹으면 부러울게 없었다.
직접 빵집에 가보면 비싸서 쉽게 집어오기가 그랬지만 어머니는 시장에 가면 사 오셨다.
그래서 시장에 다녀오시면 손에 든 빵집 비닐봉지가 있는지 다른 비닐안에는 뭐가 들어있나 항상 뒤졌다.


배는 고픈데 간편하게 허기를 채우거나 별미가 먹고 싶을 때는 종종 빵을 산다.
예전에도 쉽게 집어오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빵 가격은 더 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에서인지 요즘은 편의점의 삼각김밥에 손이 더 간다.
가격도 저렴하고 편하게 먹을 수도 있고 배도 부르다.

그래도 아직은 빵이 더 맛있는 것 같다.
가족들한테 기분 내고 싶은 때는 빵을 가득 사간다.
신이 나서 어깨도 펴지고 마음은 가득해진다.
빵에는 어머니가 있어 따뜻하다.


학교 앞의 도로 건너에는 미니카 가게가 있었다.
미니카 가게 공간의 반 이상은 트랙이 설치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그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끼어 들어갈 틈이 없어 어깨 넘어로 겨우 봤다.
쌔앵, 씨이잉, 슝슝슝슝. 
미니카는 트랙벽에 마찰을 일으키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한껏 뿜으며 트랙을 주행하고 있었다.

가게 한쪽편 상품 유리 진열장 안에는 다양한 미니카와 부품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유리넘어로 보이는 상품을 보면서 저마다 자기 미니카에 달면 얼마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과 그 성능이 바꿔줄 기대에 저마다 꿈을 꾼다.
주인아저씨는 진짜 사려는 아이가 누구인지 유심히 지켜보는 듯하다.

미니카의 주행속도와 특이하면서도 유일한 외관의 화려함에 대한 욕구로 점점 몰입하게 만들었다.

가지고 있는 돈을 생각해서 가성비 구성을 생각해본다.
외관 스티커와 트랙벽과의 마찰을 줄여주는 롤러와 베어링을 구입했다.
구입하자마자 한쪽 구석에서 차에 장착시켜본다.

새 부품을 구입했으니까 트랙에 한번 올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씽씽 돌아가는 미니카들 사이로 언제 올려볼 수 있을 지 타이밍을 재보고 기회를 기다린다.

롤러는 잘 구를 수 있는지 배터리는 충분한지 다시 체크해본다.
미니카 스위치를 ON으로 동작시키고 출발선 앞 카레이서의 마음으로 트랙에 내려놓는다.

씨이잉,씨이잉. 열심히 달려보지만 옆 라인에서 돌고있는 다른 미니카가 쉽게 추월하고 지나간다.

둘러쌓인 아이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그냥 졌다.
미니카의 성능차이가 너무 컸다.

그 후로 트랙 위에 올리지도 않았고 더 사지도 않았다.
가진 돈과 앞으로 받을 용돈을 생각해보면 1등 미니카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집앞 길 위에서 직선으로 신나게 달려보는 연습을 했다.


그 시절 미니카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 창착물로 경쟁해볼 수 있었다.
쉽게는 돈과 시간에 비례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트랙 위 가장 빠른 미니카를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가용범위를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 만큼 돈을 지불할 가치는 없다고 판단했다.
돈도 없었지만 1등 미니카를 소유한다고 해서 나아지는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트랙 위의 1등이 생활 환경을 개선해줄 수 있는게 아니라 점점 거기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현재의 예쁘게 꾸며진 외관과 성능에 만족하고 자유롭게 가지고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투자해서 1등이 되려는 시도해봤으면 무엇이 바뀌었을까.
과정과 결과의 경험으로 전문가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관심없는 분야는 과감히 포기하고
관심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하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