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도 뜨기전에 비몽사몽으로 생각했다.
오늘 비가 안오면 책을 반납해야지.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계획적으로 일어났다. 
출근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듯 스스로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다.

책을 반납해야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
밖에 비는 올까. 시간은 충분한가. 과정은 어떻게 하는게 최적일까.

다행히 비가 잠시 그쳤다.
서둘러 짐을 챙겨 어서 나간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뛰어야한다.
아이, 세상 급하다는 듯이 사람들을 지나쳐가며 뛴다.

사실, 아침에 뛰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다.
회사라는 불구덩이에 달려가는 것 같아서..
마음에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은데 달려가다니..

더군다나 깔끔하게 차려입고 말끔하게 나왔는데
머리카락를 휘날리며 땀으로 옷을 적실 생각은 더욱 없다.

하지만 뛰다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나는 살아있다.
빠르게 스쳐가는 주위를 보면서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다닌다.

숨어있던 활력이 나타난다. 
힘들어 마주하고 싶지않은 회사지만
뛰면서 그런 생각은 옅어지고 달려나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심장은 뛰고 가빠지는 숨만큼 나는 솟아오르는 생명력으로 충만해진다.

지하철에 내려서 또 뛴다.
앞에서 구두를 신은 다른 사람이 뛰어가고 있다.

저 사람은 어떤 일 때문에 뛰고 있을까.
같이 뛰는 동료가 생긴 것처럼 신이 난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이내 헤어져 아쉬웠지만 기억에 남는다.

마주 걸어오는 사람을 피하고 차를 피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뛴다.

마스크 안 코 사이로 땀이 맺혀있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잠시 내려서 땀을 말리면서 걸어간다.

뛴거리만큼이나 힘이 들지만 이제 시간은 맞췄다.
힘껏 뛰어와서 힘든데 여유는 생겼다.


머리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일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고
나의 활력은 이성에 밀려 그만큼 감춰져 있었다.

일을 함으로써 회사를 위해서 노동을 제공하고 그만큼 대가를 받지만
그 의미 이상으로 커져 나를 삼키고 있었다.

나의 활력은 내 심장을 뛰게 함으로써 나왔다.
나의 가슴은 튀어나올 만큼 나아가려는 즐거움으로 가득찰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인데 감추고 있었다.
평소에는 뛰는게 싫었는데 뛰면 내가 나타났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하늘을 바라보니

어둠이 내렸지만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게 깔려있다.

싱그러운 밤이다.

사실을 알게되어 고민이 된다. 나로써 살아가는 방법이 맞지 않기에 나를 감추고 회사를 다니는 나로 살고있다.
회사밖에서 무엇을 할지모르는 두려움과 현재를 살아가는 책임감으로 내일도 출근을 해야겠지.


밤은 깊어가는데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끄적 짧은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는 어렵다  (0) 2020.08.09
나이 30과 나이 40을 비교해보면  (0) 2020.08.08
장마, 비가 주는 괴로움  (0) 2020.08.06
이웃을 통해 본 코로나  (0) 2020.08.05
나를 모르는 사람들  (0) 2020.07.15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어제는 온도까지 높아서 옷깃 안까지 습기를 머금어 끈적끈적하고 불쾌감이 높았다.
계속 내리는 비도 지긋지긋하고 매일 젖는 신발에
곱게 다려입은 바지까지 젖는 모습에 진저리가 났다.

바람은 어떻게나 부는지 우산을 써도 힘겹기만 하고
매일 들고 다니는 우산은 어찌나 무겁던지.

출근길에 무거운 어깨만큼 우산은 들기가 싫다.

비야 지금은 좀..별로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왔지만 온도는 낮은지 시원하고 상쾌했다.
어김없이 우산은 무겁고
신발은 눅눅하게 젖어들고 바지는 불어온 바람에 허리춤까지 젖어오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시원하다.


일기예보에는 다음주까지 계속 비가 올거라고 한다.

어릴적 기억으로 보면 이렇게 긴 장마 기간 동안에는
하늘 나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던데 무슨 일일까 궁금하다.

무슨일이 생겨 한없는 슬픔이 비가 되어내릴 수도 있고
관리자가 휴가 간 사이 심술이 난 담당자가 내리는 벌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단체 목욕기간일 수도..



그래도 오늘은 비가 잠시 그쳤다.
하늘이 대단한 거 같다.

그렇게 많은 물을 가지고 있다가 땅으로 내려보내고
얼마나 많은 물을 다시 머금고 또 땅으로 내려보내는지.

하천에 물이 범람하고 일부 지역은 잠기고 물이 주는 무서움에 섬뜩하다.







잠시 그친 비를 보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낮은데 그 사이로 파란 하늘도 보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바람은 세게 불어 머리는 헝클어지는데
기분이 꽤 이상하다.

언제 그랬냐는듯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그래도 공기는 상쾌하다.


흔들흔들 여전히 바람이 세게 몰아친다.
큰나무도 주체없이 흔들리는데 그 모습이 자연스럽다.

꼿꼿이 서서 뿌리를 아래로 단단히 박고 있는데 가지는 쉴세없이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쌓여있던 감정을 옅게 만드는 것처럼 다가온다.

문득,
우리도 흔들려도 자연스러운 거다라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세게 불어오듯 힘겨운 상황에서는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안절부절 주체가 안되는 모습에 실망했지만 
사실은 그게 자연스러운 거였다.

바람이 불면 나도 흔들흔들, 너도 흔들흔들
다 같이 흔들흔들 되면 다 같이 춤추는 모습이 되는 거다.
다 같이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는 거다.

너무 안 흔들리려고 매달리지 말고 실망하지도 말고
바람을 타고 잠시 흔들려보는 여유를 가지는 거다.

흔들흔들.
그게 자연스럽고 마음을 위로하는 길이다.


초기에는 별거아닐거야 곧 나아질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쉽게 잡히지 않고 퍼져나가는 코로나를 보면서 점점 더 불안해졌다.


다음 달에는 괜찮아지겠지 생각했고 어느 덧 2020년의 중반을 넘어섰다.

조마조마한 날이 여러 날이었다. 



참 힘든 날이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 지나가면서 어린 아이를 마주 보았다.


엄마 손을 잡으려고 머리에 붙을만큼 한 팔을 높이들고 있었다.

저 조그마한 얼굴에 귀를 당기는 끈을 하고, 눈 밑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는 마스크를 보았다.

눈 밑에 하얀 마스크가 얼굴 크기만 하다. 앞은 잘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얼마나 답답할까 안쓰러웠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도 이내 한마디씩 한다.

"저 어린 데 마스크까지 하고 아휴."


나는 한 여름 마스크가 참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코 주변에 땀에 차고 마스크의 잔털이 코를 간지럽히기까지 했다.

길을 걷다보면 숨이 턱 막힐 때도 있다.

간식 하나 사먹는 것도 아까워했는데 자주 사야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성이 났었다.


하지만 이내 미안해졌다.

어쩌면 그보다 나이 많은 우리들이 조금더 조심했어야 하는건데

잠깐의 안일한 태도와 불편에 대한 행동으로 약자를 더 힘들게 했다.



아이도 힘들겠지만 엄마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엄마가 하는 마스크도 힘들텐데, 아이에게 씌워줘야하는 마음에

혹여나 어디 쪼이거나 답답하지는 않을까 침은 많이 흘리지 않을까하고 신경쓰이지 않을까.


한참 쿵쿵거리며 뛰어놀텐데 바깥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시간이 괜시리 미안하지는 않을까.


더군다나 길어지는 장마에 그나마 유모차에 태우고 잠깐의 산책도 맘편히 못하지 않을까.

아이 키우기 참 힘들겠다. 여러 생각이 꼬리처럼 떠오른다.



질병관리본부 사람들, 방역수행 의료진들, 이하 관계자들 그리고 이웃께 잠시나마 불편해했던 마음에 미안하다.


어려울 때는 너도나도 다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고

어서 지나갔으면 한다.


어릴적 그리던 2020년은 아니지만 감사하고 미안함으로 기억하겠다.

지하철 앞 광장에 앉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
저벅저벅 지나쳐간다.


하늘이 어두컴컴한데 바람은 살랑이며 팔을 감듯이 스쳐지나간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 여기 있을 수 있다.



가만히 바람을 느낀다.

바람이 멈추면 살금살금 몸에 미열이 오른다.

이제는 지쳤다. 
서울의 바쁨과 나의 피로.


투둥 투우웅, 발 밑으로 느껴지는 지하철이 정차하는 진동과
끼이잉 크크, 멀리서 들여오는 지하철의 알림.


쓰으응 취이이익, 달리는 버스가 가스를 내뿜는다.



이리저리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트르륵 트르륵, 캐리어 바퀴 구르는 소리


서울을 찾아 고향을 떠났는데
머리 속에 짙게 깔려있는 탁탁함.



건물을 따라 고개를 드니 커다란 하늘이 펼쳐진다.


건물보다 높고 넓게 지상을 안고있다.
살랑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


이래도 서울을 떠나리까.

오늘 서울이 나를 잡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