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었는데
친구들은 왠지 쉽게 알아듣는 생각이 들었다.
가득찬 교실에서 나 혼자 모르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질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친구 사이에 흐르는 교실 분위기도 그렇겠지만 나만 모르는게 부끄러웠다.
알고보니 학원에서 어느정도 배웠던 것이다.
집은 먹고 살기 빠뜻해서 공부 잘하는 친구의 부모님처럼 신경써주실 형편이 안되었다.
한번은 어머니를 설득해서 학원을 갔는데 학생이지만 그 한달 학원비가 걱정되었다.
몇달을 못 다니고 이런저런 핑계로 그만두었다.
학원을 다니는 것은 왠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기분이었다.
학원을 나올 때는 홀가분하지만 내가 처한 환경적 한계가 느껴졌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신문에 나오는 어려운 환경에서 빛을 발하는 수준은 안되었던 것 같다.
그냥 평범했다.
공부가 참 어려웠다.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도 마땅히 없었다.
책은 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어렵기만 했다.
어느 날, 교문 앞에서 나눠주던 전단지에 나오는 기계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사고 싶었지만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기계는 선글라스처럼 쓰고 이어폰 처럼 끼고 있으면 뇌파를 자극해서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집중력을 향상 시키면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고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나는 확신을 가졌다.
겨우 어머니를 설득해서 시외버스를 타고가서 큰 도시에 가서 사왔다.
2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
버스에 내려서 걸어오는 길에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머니 이거 가지고 공부 잘 해볼게요."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잘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아직도 어머니와 함께 돌아오는 길 위에 그 때의 감정이 느껴진다.
결과는 그 기계를 써도 잠이 너무 왔다.
메뉴얼을 잘 읽어보고 했지만 나한테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잠깐 휴식모드를 사용하면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있었다.
결국 기대했던 효과는 얻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를 생각해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중학생이 마주한 벽 앞에서 도움을 줄 수 없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몇가지만 가르쳐주면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교육방송을 비롯해서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공부가 어려웠던 학생에게도 충분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하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
책을 여러 번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모르는 것은 질문을 했더라면
조금 더 재미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잠이 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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