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짧은낙서

김밥은 맛있다. 옛 추억으로 김밥은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생각하는큐Salon 2020. 8. 23. 13:35


김밥은 참 맛있다.

김밥에는 단무지, 계란, 햄, 맛살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우엉, 시금치, 당근, 치즈, 참치는 옵션이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것도 김밥으로 먹으면 더 맛잇다.
비슷하게 도시락김에 반찬을 차례차례 집어먹으면 같은 맛일 것 같지만 그 맛이 안난다.
김밥이 주는 풍성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김밥은 왜 맛있을까.
그 재료들이 일상의 반찬과 같은데 더 맛있다.

어머니는 특별한 날에 김밥을 싸주셨다.
소풍가는 날, 운동회, 가족나들이는 1년에 몇번없는 특별한 날이었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재료를 준비한다.
햄과 맛살을 간장과 깨를 넣어 볶고, 얇게 펼쳐진 계란을 만들고
어머니 생각대로 추가재료가 들어간다.

일어날 때 쯤이면 도마 위에 김을 비롯해서 김밥재료들이 나란히 있다.
김밥을 쌀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

어머니가 김밥을 싸면 옆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펼쳐진 김 위에 밥을 얇게 펴서 2/3이 못 미치게 채우고 각 재료들을 가지런히 놓는다.
그리고 돌돌 만다.
양 옆에 튀어나올 것 같은 밥은 손으로 눌러 다듬어준다.
그리고 피라미드 쌓듯이 김밥줄을 쌓는다.

나는 금방나온 김밥 한 줄을 집어먹는다.
살짝 따끈한 밥안에 양념된 재료들이 입안에서 잘 섞이면서 그 맛이 일품이다.
한입 베어 물고 또 한입 먹는다.
그렇게 연달아 세 줄을 먹는다.
김밥 한줄에 밥 한공기쯤 들어가는데 세 공기를 먹는거나 다름이 없다.
그러면 잘 먹었다는 생각에 참 좋다.

어머니는 남은 김밥재료를 다 사용할 때까지 만드신다.
항상 한끼의 양이 아니라 가족이 이틀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오후에 되면 김이 눅눅해져 맛이 없지만 하는 김에 왕창 만드시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손이 크시다.

밑반찬 몇가지에 밥을 먹는 것보다 김밥 한 줄 먹으면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밥을 먹으면 나도 모르게 이전 추억도 같이 먹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맛있나보다.

지금도 어머니의 김밥 레시피는 변함이 없다.
자주 먹을 수는 없지만 휴일이나 힘든 날에는 어머니의 김밥이 생각난다.
이제는 김밥을 먹으면 한끼 잘 먹은 특별한 날이 되었다.